살림의 시작
2018년쯤 콧잔등에 난 상처가 점점 번져 눈꺼풀, 콧구멍, 입술에까지 진물이 났고 유명하다는 피부과는 거진 다 가봤지만 차도가 없었다. 그나마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거나 주사를 맞으면 이틀 정도 괜찮을 뿐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약 때문인지 속은 늘 불편했고 간지러움에 매일 밤잠을 설치고 몸 전체가 퉁퉁 부어있었다. 무기력함에 출퇴근을 겨우 하고 주말에 외출이라도 하면 식사가 곤욕스러웠다. 늘 먹어왔던 음식일 뿐인데 이상하게 알러지 반응이 일어났고 배탈도 잦았다.
의사는 말했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고, 완전히 낫지도 않으니 늘 컨디션 관리를 잘 하셔야 합니다.’ 1년 반의 병원치료의 결론이다. 이게 뭐람?? 이래서 사람들이 병원과 도시를 떠나 산골짜기 황토로 집을 짓고 슴슴한 자연식을 먹으며 사는걸까? 하지만, 나는 도시에 살고 싶으니 내 끼니는 내가 챙겨서 먹는 수밖에...
한마디로, 몸이 아파서 시작한 살림이다.
삼시세끼를 챙겨먹지도 못하거니와 나머지 끼니도 자연식으로는 못먹겠어서 틈만나면 찾아보기 시작했고, 내 상황과 착 맞아떨어져 구미가 당기는 레시피를 찾게되면 만병통치약을 찾은 것처럼 기뻤다. 그때부터 농라(네이버 농산물 직거래 카페 https://cafe.naver.com/tlsxh)에서 식재료를 구매했는데 직거래다보니 아무리 최소 수량이라 해도 양이 많았다.
이렇게 열심히 찾아서 구매해 놓은 식재료들이 냉장고와 냉동실을 거쳐 부디, 음식물쓰레기봉투로 들어가지 않게 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데, 복병은 늘 엄마의 집에 갔을 때 대면한다. 어느날 엄마랑 통화를 하다 지나가는 말로 ‘요즘 새우가 맛있대’ 라고 한마디 했는데, 그날 이후 방문한 엄마의 집 김치냉장고에는 최소 5kg 이상의 새우가 본적도 없는 그물망에 담겨있었다. 심지어, 언니네 식구가 배불리 먹고 갔으니 나머지는 내 몫이라는데.. 아니, 새우5kg??? 엄마의 기준이 1, 2인분이 아니고 ‘한 상자’, 또는 ‘한 궤짝’이라는 것을 잠시 까먹고있었다. 먹고 또 가져가겠노라고 엄마를 진정시킨뒤 일부만 가져왔는데도 많았다. 딸내미의 맛있다 한마디에 그 새벽 새우잡이 배가 들어오는 시간에 가서 직접 사오신 엄마의 사랑가득한 마음은 너무나 알겠지만, 그래도 너무 많았다.
그물망에 들어있는 새우를 소분해서 다시 냉동실에 넣으면 다음엔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확률이 높았고, 두 번 손질하지 않고 쉽고, 맛있게 먹고싶었다. 그래서 이번호는 ‘새우 완자탕’만드는 법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검색해보면 수많은 레시피가 나오는데, 이미 새우 손질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것 같아 내 생각대로 중간 과정은 생략해버리고 어떻게든 먹을 수 있겠지! 라는 마음으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