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23. 이야기를 잇는 상점 열아홉 번째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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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먹을래? 비빔국수!
한 가지 음식에 꽂히면 물릴 때까지 그 음식만 먹곤 하는데 나에게 비빔국수는 더운 날, 화가 많이 난 날, 입맛이 영 없는 날, 무엇이 먹고 싶은지 누군가가 물어온 날 등 갖가지 이유를 붙여서 먹는 음식이다. 가족 모두가 국수를 좋아하기도 했고 엄마에게 국수를 해달라고 하면 ‘어잇, 세상 쉬운게 먹고싶네~’ 하시며 커다란 냄비에 슥슥 만들어주시곤 하셨다.
3분은 소면 삶기 정석의 시간. 소면을 삶고(소면의 양과 종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으니 설명서를 참조하는것이 좋다), 찬물을 촥 부어 보돌보돌하고 쫄깃해진 면발의 물기를 탁탁 털어 양념장을 넣고 취향껏 김치와 청양고추를 쫑쫑 썰어 넣은 다음 참기를 한바퀴 휙 돌려 입안가득 먹으면 이상하게도 안도감이 찾아온다.
옆지기는 비빔국수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나와는 입맛이 영 다른데, 나는 새콤, 아삭, 달콤, 매콤을 좋아한다면 그는 달큰, 고소를 좋아한다. 최애 음식의 입맛이 이렇게 갈리니 문제는 집에서 먹을 때 발생한다. 식당에 가서는 맛이 어쩌니 저쩌니 할 수 있지만 집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좁은 주방에서 복작대며 음식을 차려내는 사람에게 그런 말은 하기란 쉽지않기 때문이다.
옆지기는 내가 식사를 준비하면 늘 감사의 인사와 칭찬을 아까지 않는데 입맛에 맞는지는 입모양을 보면 알 수 있다. 입이 분주해지면서 본인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음식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이렇게 확실한 반응에 그의 취향을 모를 리가 없다. 그래도 식사는 함께 해야하고 주방에는 내가 들어섰으니 별 수 있나.. 내 취향에 그의 취향을 조금 가미하는 수밖에.. 이렇게 그의 취향도 나의 취향도 아닌 식사는 마음은 따뜻하지만 맛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양념장을 만드는 사람의 취향을 따르기로 했다. 뭐 조금 부족한 맛은 스스로 첨가해서 먹으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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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요리법은 알맞게 익은 김치를 썰어 넣거나 열무김치를 올려 먹는 것이다. 아직 봄을 만끽하지도 못했는데 여름이 찾아온듯한 날씨에 양쪽 엄마들이 열무김치와 여름배추김치를 담가 주셨다. 몸이 무거워져 주방에 오래 서있기도 힘들고 입맛도 없는데 유일하게 맛있게 먹고 있는 음식이다.
엄마의 비빔국수까지는 아니지만 나름의 조리법으로 만들어본다. 수많은 조리법이 있지만 이상하게도 정량대로 넣으면 그때의 그 맛이 안난다.
엄마는 내가 유난히 스트레스를 받은 것처럼 보이는 날에는 청양고추들 중 가장 약이 올라있는 놈을 골라 넣어 매콤하게 만들고, 피곤해보이면 설탕과 참기름을 듬뿍 넣어 만들어주시곤 했다. 내 상태에 따라 달라졌던 조리법에 계량이 없는것이 당연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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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요리법이 이제는 조금 이해가간다. 간장 쪼끔, 참기름 한 바퀴, 식초 쭉 한 번, 이런 말들. 이 요리를 먹을 나를 살피고 기분을 가늠해 만드는 그 때 그 때 다른 레시피. 이번 요리는 자신의 상태에 따라 재료를 추가하거나 달리해보면 어떨까. 매콤한 게 먹고싶은 걸 보니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구나, 하고 스스로를 들여다보기도 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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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
김치비빔국수
2인분 기준
양념장
고추장 2T
고춧가루 1t
진간장 1t
설탕 1T
다진마늘1T
식초 2T
참기름 1.5T
깨 1T
김치 작은한줌
청양고추 1개 이상(매운것이 먹고싶을때만 추가한다)
-양념장을 미리 준비한 후 끓어오르는 물에 소면을 넣고 삶는다.
-나는 3분을 삶았는데 쌀소면이라 그런지 조금 딱딱했다 그러니 제품 설명서를 참조하는것이 좋다.
-채반에 넣고 찬물에 비벼서 전분을 씻어주고 미리 만들어두었던 양념장을 넣어 잘 비벼 먹는다.
🍅 비빔국수에 토마토를 넣어봤는데 너무 소개하고 싶다!
주말 마르쉐 시장에 가서 구매한 매봉 농장의 토마토인데 경도가 약한 동양종토마토로 30년째 유기농법으로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껍질도 얇고 풍미가 어마어마하다. 정말 오랜만에 토마토다운 토마토를 먹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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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하는 비빔국수집 목록
🥢 옆지기와 데이트를 열심히 하던시절 그는 망원동에 살고 있었는데 주말 내내 삼시세끼를 함께 해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주 가는 식당이 생겼고, 당연히 국수집이 빠지지 않았다. 우리 둘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지금도 종종 생각나면 찾아가곤 한다.
🥢 화가 많이 나는 날은 대부분 회사에 있을 때니 그런날은 회사 근처에 있는 ‘대가’ 라는 음식점에 간다. 꽤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만두를 빚고 계시는 주인 할머니가 계시는데 그 집에 있는 비빔국수는 다진마늘이 많이 들어가 알싸한 맛을 낸다. 이상하게 그 식당에서 한그릇을 다 비우면 너무 배가 불러 반드시 조금 남기고 나온다.
🥢 퇴근후 집에 돌아오는길에도 방앗간처럼 들리는 국수집이 있는데 사장님이 정말 친절하다. 겨울엔 살짝 칼칼한 잔치국수, 벌교에 꼬막이 잡히는 시기에는 직접 공수한 꼬막을 넣어 만든 비빔밥, 사시사철 먹는 비빔국수 등 다양한 메뉴가 있다. 여기 사장님도 국수에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계신다. 포장을 해오기도 하는데 일반 국수 소면과는 조금 다르다. 직접 면발을 뽑아서 그런지 조금 더 길고 쫄깃하다. 양념장도 직접 만드시는데 양념장만 찾는 손님들도 있어서 따로 구매할 수 있다. 방방곡곡에 있는 친척들과 지인들이 직접 만들고 기른 들기름, 콩, 묵 등을 판매하시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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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를 잇는 상점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그 이야기가 담긴 물건을 판매하기도 합니다. 지금 '이상점'에는 '서로서로', '뜨ㅓ', '사부작 사부작', '개, 장소, 환대', '그 여자가 사제끼는 법' 5개의 이야기가 입점해있고, 매주 각 상점의 이야기가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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