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좋은 이웃들인데요? 로이 덕에 다른 친구들에게도 환대가 시작된거네요. 그런데 이제 곧 그동네를 떠나시죠, 이사 계획이 있다고요.
네 정릉동을 떠나는게 너무 아쉽지만.. 여기 <이야기를 잇는 상점> 가까운 곳으로 이사해요. 우리에게 세 번째 집이에요. 망원동은 처음인데.. 생각보다 반려동물에게 친화적인 분위기여서 안심했어요. 약간 환대의 냄새가 난다고 할까 (웃음) 잘 지내야지, 잘 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가까이 이사 오게 되면 아마 로이도 매일 <이상점>에 출근하게 될거예요. 여기서 또 새로운 인연들을 만날 수 있겠죠.
💬 연재하시는 <개 장소 환대>는 김현경님의 책 <사람 장소 환대>에서 따온 제목인데요,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으신지 궁금해요.
우선은 로이 자랑을 좀 하고 싶었어요. 특별히 잘생겼잖아요. (웃음) 사람 참 좋아하고, 호불호 분명하고 그런 로이만의 캐릭터가 있잖아요. 그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한 명의 개가 겪는 우여곡절과 일상적인 모습, 또 로이의 가족으로서 제가 겪는 일들과 저의 생각, 또 로이 옆에 있는 좋은 사람들의 환대와 그 마음들, 그런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어요. 한 명의 개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수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걸 알게 되면 누군가의 이름과 얼굴을 알게 되는 것처럼 로이가 더 분명한 존재로 존중받고 이해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라도 로이뿐 아니라 로이 친구들에게 친근하고 다정한 시선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어쩐지 환대를 받았을 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받아들여졌다.’ 어떻게 보면 더 안쪽으로 더 따뜻하게 받아들여지라고 로이 얘기를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로이와 반려인 산책자의 이야기는 무관하지 않아 보여요. 함께 겪는 일들이니까요. 로이와 같은 이야기를 겪어오면서 어떤 것들이 달라졌나요. 이를테면 산책자의 생활, 성격이나 가치관 습관 같은 것들이요.
정말 로이 덕에 많이 달라졌죠. 생활 습관을 예로 들면 저는 아무리 힘들어도 오전 오후 하루 2번 산책은 모조건 합니다. 심지어 술자리에서도 9~10시면 일어납니다. (웃음) 산책가야 되니까요. 그리고 로이만 두고 밖에 나와 있으면 cctv 자주 보면서 잘 있나 확인하고, 문단속이나 가스 밸브 확인 같은 거 저 엄청 철저히 해요. 한때는 제 생활에 제약이 생겼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즐거운 마음이 더 커요.
그것 말고 또.. 저희 친척이 보신탕집 운영한다고 했잖아요. 저 보신탕 어릴 때부터 진짜 즐겨 먹었는데 이제 절대 안 먹죠. 로이가 갈뻔한 곳인데. 요즘은 자연스럽게 동물권에 대한 책이나 자료도 관심이 생겼어요. 아직 고기를 먹는 식습관을 어쩌지는 못했지만 마음은 점점 그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 같아요. 나도 모르게 늘 부채를 느끼고 있는, 비건 지향인이 이런건가? 생각하죠. 언젠가는 실천할 수 있는 날이 올거라고 생각해요. 자꾸 제가 ‘내 새끼만 예뻐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원래 저라는 사람은 낯가림이 무척 심한데 그것도 없어졌어요. 사람들한테 먼저 다가가요. 로이가 들어가도 되는지, 어디까지 되는지, 그런걸 묻다 보니까 저도 좀 사교적으로 변하더라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뭐든 같이 겪으니까 얘랑 무관할 수 없는게, 로이를 예뻐하고 반기는 건데 꼭 제가 그 환대를 받는 것처럼 행복해요. (웃음) 행복하고 고마우니까 저도 더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되고, 뭔가 점점 열리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환대는 이어지는 거더라고요. 사람에서 개, 개에서 사람, 사람에서 사람으로 가리지 않고 이어져요, 환대받고 나면 또 환대할 수 있는 힘이 생겨요. 생각해보면 이 환대의 시작은 로이였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로이는 아무도 반기지 않을 때에도 사람들을 거의 무조건으로 좋아했으니까요.
💬 로이가 이 모든 환대의 출발이라는 말이 마음에 남아요. 로이를 만나서 산책자도 거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된거네요. 이제 망원동에서 새 시즌이 시작되는데 로이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알려주세요.
이번에는 1층으로 이사해요. 계단이 네 개 뿐이라 좋아요. 로이가 점점 나이가 드니까 관절에 무리가 갈까 걱정되거든요. 얘한테 좋지 않은 건 제가 할 수 있는 한 다 예방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그냥 로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요. 왜냐면 저는 알거든요. 얘를 행복하게 하는 게 어떤 건지. 일단 제일 큰 조건은 저고요.(웃음) 제가 로이한테 1등부터 100등이에요. 제가 행복의 원천이니까 황송한 마음으로 저는 늘 옆에 있어 줄거고요, 그리고 밥, 산책인데, 어떤 밥과 어떤 산책, 어떤 날씨와 어떤 길, 어떤 이웃, 어떤 말, 어떤 얼굴과 손짓이 로이를 행복하게 하는지 저는 알아요. 그러니까 누군가의 행복 유발 요인을 안다는 건 책임이 생기는 거에요. 그 행복을 책임져야죠. 아, 그리고 꼭 될 수 있는 한 빨리 치앙마이 같은데로 로이랑 긴- 여행 가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