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저 하늘 그라데이션 좀 봐!"

"달 주변을 블러처리 해놓은 것 같아. 너무 몽환적이다..."

그라데이션이 어쩌고, 블러처리 블라블라 말하는 나는... 그렇다. 디자이너다. 어쨌든 디자인을 업으로 삼고 돈을 벌고 생활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맞긴 맞다. 이렇게 여운을 남기며 말하는 이유는 스스로를 '디자이너'라고 소개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을 시작한 초반부터 '돈 받을 만한' 디자인을 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이 계속 나를 괴롭혔고 어디가서 나를 소개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디자인 일을 하고있다"는 식으로 에둘러 말하곤 했다. 그 질문에 자신있는 대답을 할 수 있게 되기도 전에 그냥 디자이너라는 단어가 익숙해져버렸고, 그렇게 '디자이너'가 된 이후에는 '어떤' 디자이너가 될 것인가, 라는 다음 질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후, 인생이란. 요즘에는 '기획하는' 디자이너가 나를 잘 표현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를 잇는 상점을 기획하고 주요 이미지와 굿즈를 디자인하여 만들어내는 나. 오랜만에 내가 아주 맘에 든다. 

혹시 지난 레터(샤넬 클러치를 위한 변명)를 읽으신 분이 있다면, 구구절절한 이야기 끝에  이상점의 첫번째 굿즈 필사 엽서를 만들겠다는 선언을 기억하실지. 나처럼 먼저 말을 뱉고 그 말을 지키기 위해 사는 사람은 이런 선언이 반드시 필요한데, 그래서 덕분에.... 만들었다.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