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뜨개를 해본 것은 딱 세 번이다. 이십 대에 처음 남자친구의 목도리를 온 가을을 바쳐 뜨고 코가 듬성듬성 빠지고 우글거리는 남루한 그걸 리본 묶어 선물했다. 그다음 아이가 어릴 때 그 애 목도리를 떴는데 유튜브를 수십 번 무한 반복하며 고행한 결과 제법 꼼꼼한 결과물이 나왔었다. 그리고 얼마 전, 온녀의 뜨개 가방 만들기 수업에서 굵은 실과 코바늘로 토트백을 만들었다. 내가 만든 거라고 막 인스타에 자랑했지만 사실 거의 온녀쌤이 다 해서 준거나 다름없었다.
그는 매우 친절한 강사였다. 그리고 매우 냉철했다. 그는 자꾸만 줄어들거나 늘어나거나 코가 빠지는 내 편물에서 실을 가차 없이 도로 풀어내면서도 연신 ‘괜찮아요~ 잘했어요~’ 했다. 내가 잘한 걸까 못한 걸까 어리둥절하고 있으면 시원시원하고 정확한 솜씨로 다시 한번 내게 시범을 보여주었다. 그날 나 같은 수강생이 넷이나 있었는데, 그는 다섯 시간 동안 모두에게 참을성 있는 가르침을 주었다. 덕분에 우리는 모두 우리 실력에는 어림도 없는 귀여운 뜨개 가방을 완성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때 온녀의 퀭한 얼굴에 피어오르던 뿌듯한 미소를 나는 보았다.
<이야기가 있는 상점>에는 여러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상점을 꾸리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 중 온녀의 <뜨ㅓ> 상점이 있다. 뜨개인 온녀가 하나씩 만들어가는 애정 어린 뜨개 작품과 그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가 담길 것이라고 한다. 서로서로의 첫 번째 인터뷰를 온녀에게 청했다. 나의 불굴의 뜨개 선생님이었던 그가 <뜨ㅓ>를 준비하고 있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궁금했다.
어느 화요일 저녁, 그가 퇴근 후에 인터뷰를 위해 우리 집에 방문했다. 현관문을 들어서며 ‘실례합니다’라고 말하고는 현관 가까이에 가방과 코트를 차곡히 벗어 두는 걸 보고 늘 단정하고 정확한 온녀 답다고 생각했다. 거실의 동그란 테이블에 우리는 마주 앉았다.
10만 원이면 실을 양껏 살 수는 없다. 올 가을이 이제 막 찾아올 무렵 하나밖에 없는 뜨개 친구와 뜨개인의 성지 동대문 종합상가를 찾았다. 패브릭 실이 아닌, 인도에서 넘어온 귀한 실크 실을 보러 간 만큼, 10만 원만 쓰기로 다짐하고 갔지만, 예산은 항상 초과하는 법. 13만 원가량을 순식간에 쓰고 나서야 현생으로 돌아왔다.
나의 반려견은 ‘로이(ROY)’이다. 2017년 4월 1일, 강화 모처에서 살고 있는,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분이 레브라도리트리버를 분양한다고 해서 동생과 함께 키우기 위해 데려왔다. 누구에게나 환상 속에 있던 리트리버, 그중에서도 가장 영리하다는 레브라도리트리버. 반려견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은 키워보고 싶었던 그 강아지. TV에서 아름답게 비춰지는 천사견을 그렇게 입양해왔다.
사실 우리는 대형견에 대한 이해도 준비도 돼 있지 않았다. 단지 어렸을 때부터 집 안에서 반려견을 계속 키워왔기 때문에 ‘뭐가 다르겠어?’라는 마음만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 소형견을 키웠기 때문에 크게 힘들이지 않는 산책을 했었고, 정작 산책훈련이나 노즈워크, 기본적인 예의 훈련과 관련한 기본적인 지식과 그와 관련한 생각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
왜 사는가(lives)와 같은 질문에는 딱히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다. 하지만 왜 사는지(buy)는 궁금하다. 나에게 물건을 사는 행위란 어떤 의미일까. 그간 대단한 의미가 없었을지라도 지금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계속 살 수 있을테니까. 이 기록은 계속 무언가를 사제끼기 위한 나의 항변이자 의미부여, 정당성 확보를 위한 발버둥이다.
패셔니스타가 되고 싶어서
첫번째 이유라면 단연 이것이다. 기성복도 그냥 입는 법 없이 자기 몸에 맞게 바느질해 고쳐 입으셨던 할머니의 손녀이자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엄마, 아빠의 딸인 내가 ‘패셔니스타’가 되고싶은 것은 어쩌면 필연이 아닐까.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계셨던 병실에서 고모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와중에도 나에게 “목도리 다려서 매고 다니라”고 말했을 정도니 집안 대대로 패션과 관련한 끼가 흐르고 있다고 우기고 싶다. 하지만 패셔니스타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저 사람 참…. ‘비싼 옷 입었구나’ 정도에서 감탄이 끝난다면 돈을 쓰고도 그것만큼 딱해보이는 일이 없다. 하지만 많이 사보면 안다. 내가 어떤 스타일의 옷이 잘 어울리는지, 연한 분홍색이 나은지 쨍한 핑크색이 나은지, 비슷비슷해 보이는 화이트 티셔츠도 절대 똑같지 않다. 많이 사보고 많이 실패해봐야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안 입어본 스타일에 도전하고, 유행이라면 또 도전하고, 내가 제일 멋져보일 수 있는 아웃핏을 찾아 헤맨다.